DOB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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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빈 집

왠일로 전화가 왔네 했다.

기차 탔어.
혼자 좀 여행하려고.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갈 수도 있고.
걱정하지 말라고 전화했어.

평소처럼
열두시 정도에 집을 향해 간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고 들어간다.

집은 비어 있다.
강아지도 없고, 사람도 아무도 없다.
이런 집에 들어오는 것은
5개월만이다.

예상했던 대로
설거지감은 온 식탁과 싱크대에 가득하다.
세탁기 안에도 건조대에 널리길 기다리는 빨래가 가득하다.
거실을 청소했는지 진공청소기가 덩그러니 있다.

겉옷을 벗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화장실 쓰레기통도 꽉 차 있다.
싸늘한 느낌에 위쪽을 보니 창이 열려 있다.
바닥에는 손톱만한 담뱃재 두 덩이가 떨어져 있다.
이게 너의 마지막 흔적 정도가 되겠구나.

부엌 찬장이 열려 있고
그녀가 약을 담아 두는 과자 상자가 빈 채
역시 뚜껑 없이 조리대에 있다.
너를 제외한 우리 가족이
일년에 한번은 겪는 악몽이 있어.
아니, 사실 일년에도 여러번 꿈꾸면서
현실이 아니기를 기도하는 악몽이 있어.
너는 그게 어떤 건지 잘 모르나 봐.
알고서는 그렇게 또 그럴 수는 없겠지.
나도 모르게 통화 내용을 하나하나 되새겨본다.
설마 약먹으러 나간 것은 아니겠지.

언니 시험 잘 봐.
시험 보고 나면 같이 드라마 보자.
내가 열심히 씨디로 구워놨어.
아, 크리스마스 선물 뭐 받을지도 생각해놔.
시험 끝나면 사러 가자.

그래 저런 말을 했는데
설마.

스물스물 배어나와 형체를 갖추려 하는 악몽을
애써 해체시켜 쫓아 버리고
식탁 위의 설거지감들을 모아 싱크대에 담고
꾹꾹 찔러 본다.
넌 내일 씻어 줄게.
우선은 자야겠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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