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B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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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고백

언젠가는 말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
정말 고마웠다고.
그때 네가 날 위로해 줘서
내가 무너지지 않고 살 수 있었다고.
지금도 기도 속에서 너는
"하나님이 보내 주신 것처럼 내게 힘을 준" 사람들 중
한 명이거든.

언젠가는, 정말로 언젠가는
사실 나 그때 정말 네가 없으면 안 되었었다고,
연락하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면서 지내다가도
사소한 일 하나에 부서져버린 마음에
내가 흘린 눈물에 빠진 듯 훌쩍 젖어서
한밤중에(사실 너나 나 같은 사람만 깨어 있을 시간이긴 했지만)
전화해 버리거나, 문자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어.

시간이 흐르고
지금의 너는 그때의 내 나이가 되었네.
그래서일지도 몰라.
지금 네가 그렇게 힘든 건...
한꺼번에 몰린 일들과
그 일들에 지장을 초래하는 마음의 문제를 겪고 있는 건....

처음으로 너의 의기소침해진 모습을 보면서
지금 널 힘들게 하는 여자가 내가 아니란 사실에 안도하고
그때 내가 받은 위로처럼 지금 내가 널 웃겨 주고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부드럽게 말해줄 수 있다는 것에 기쁘고
한편으로는 네가 처음 보는 것이었을
사랑하면서 행복해하는 내 모습과
이제는 더 이상 너에게 울면서 전화하지 않는 내가
널 조금은 슬프게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자신감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에
어제 너에게 반쪽짜리 고백을 했어.
네가 있어서 고마웠다고.
그때 네가 위로해 주는 것이 내겐 적절했다고.
넌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사실 난 네가 없으면 안되었었다고...
이 말은 못할 것 같네.
언젠가 네가 그랬지.. 한동안 서울을 비우면서
네가 없는 동안 대신할 사람을 만들으라고...
그때 그럴 필요 없다고 대답한 건 거짓말이 아니었지만...
네가 알아차렸다 해도 그땐 이미 지나간 후였으니까. ^^ 그래서..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지.

네가 절대 이 글을 읽지 않으리란 걸 알아.
난 이렇게 아직도 비겁해..
그러니까 난 남은 고백의 반을
정말 내 처음 다짐처럼
무덤까지 들고 들어갈지도 모르지..
너에겐 잊은 것처럼 웃어 보이는
지나간 시간들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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