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B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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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괜히, 라고 말해도

괜히 우울해.
오늘 친구 두 명과 엄마에게 전화해
내가 뱉은 첫마디.

괜히 우울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화를 걸었다.
조금 좋아졌다가, 전화 끊기가 무섭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서
결국 엄마에게 전화했다.

신경 안 쓰고 싶어도 신경이 쓰이는 일이 있고
무심하게 듣고 잊어버렸다가도 다시 듣고
정신이 번쩍 드는 일도 있다.
그런 일들이 너무 갑자기 물 위로 떠올라서
날 약올리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랬다.

잠을 자고
내일이 되면 괜찮아질거야, 라고
두번째 전화했던 친구에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결국 잠들지 못하고
엄마에게 전화해서는
그래 엄마하고 전화를 다 하면
이런저런 것들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따뜻한 물을 받고
몸을 담그고 있다가 샤워를 하고
커피를 타서 식혀서 마셔야지, 라고.

내일이 되면
오늘처럼 울지는 말아야지.
우울해서 나는 눈물은 그리 달갑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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